"눈은 두개인데 왜 하나로 보이지?"라는 이쁜 딸의 질문을 받고, 엉뚱하게도 다른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진화를 거쳐서 사람 눈이 두개뿐인지 이유는 모릅니다. 그런데 "효율"과 "현실적인 타협"이 그중 하나로 생각됩니다. 주위를 더 경계하기 위해 보다 많은 눈과 넓은 시야를 가지는 것은 생존에 도움이 될지 모릅니다. (이것은 반박하기 어려운 사실) 하지만 더 많은 눈에서 들어온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테지만, 이 에너지를 "현실"의 몸이 제공하는데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즉, 눈이 두개인 이유는 "현실"적인 몸이 제공 가능한 에너지 범위안에서 거리 감각을 가지면서도 가능한 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해 "현실적인 타협"을 한 결과라는 생각입니다.
꿈꾸는 듯한 말만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서는 모두 준비되어야 하고, 고객의 요구는 모두 들어줘야 하며, 한번 release한 code에는 bug가 없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말만 보자면 틀리진 않겠죠. 설계 단계에서 충분한 문서를 작성하고, 설계를 기준으로 코드를 작성하며, 코드를 배포 전에 충분한 시험을 해서 치명적인 bug는 없어야 하겠지요. 맞는 말입니다. 더구나 낮은 지위에 있는 엔지니어라면 이런 "틀리지 않은" 지시를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마음속으로도 반박할 수 없어서, 뒤돌아서며 "맞는 말이잖아"라고 스스로 말해 보기도 합니다. 틀리지 않지만 정말 맞을까 하는 뭔가 찝찝한 기분.
사람의 눈이 두개인 이유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두 눈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많은 눈을 가지는 것은 넓은 시야를 갖게 하며,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맞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다른 곳에 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면에서는 "맞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우리와는 다른 "현실"에서 살고 있는 것이며, 한정된 리소스만을 가지는 현실에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그들의 인식이 "맞는"말을 하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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